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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학생 종료 D-30
D-30
교환학생 생활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난 의식의 흐름대로 읽기 좋은 글을 쓰는 것 같다.(내가 쓰고 내가 읽어서 그런 걸 수도 ㅋㅋ) 많고 다양한 내용을 한 글에 정리하는 거라 글이 다소 너저분할 수 있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Spring Break (March 18-26)
봄 방학동안 LA랑 SF를 다녀왔다. 나 포함 4명이서 갔는데, 첫 국제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다. 일주일 내내 너무 재밌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Top3를 꼽아봤다. 기준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특별함(?)의 정도다.
Top 3 - Basketball at Venice Beach
(농구 끝나고 쉬는 모습)
베니스 비치에서 우리끼리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4vs4 하자고 해서 했다. 당연히 처참히 졌다,, (15-0이었나) 'CLEAR SKIES' 티 입은 친구가 진짜 잘한다. 제일 왼쪽에 자전거 타고 있는 친구는 해리 케인 닮았는데 물어보면 실례일까 봐 못 물어봤다. 비니쓰고 있는 친구가 피고 있는 담배는 자기가 직접 만 거라고 나한테 권해줬는데, 흡연자가 아니라고 거절했다.
이 사진만으로 담지 못하는 저 해변가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LA하면 딱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자유롭고 활기차고 유쾌한. 끝나고 쉬면서 LA 놀러갈 곳 추천해달라 하니까 비니친구가 "LA는 어딜가도 실패하지 않아"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생각할수록 자연스럽게 저런 말들을 할 수 있는 게 멋있는 것 같다. 다른 친구들도 대화하면서 여유로움과 유쾌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던 것 같다.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내내 즐거웠던 경험이라 Top3에 넣었다.
Top 2 - NBA Game
LA Lakers VS Orlando Magic 경기를 직관했다. 이 경험이 특별했던 이유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돈이 눈 앞에 굴러다니는 느낌.. 경기장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컸는데, 우리는 제일 싼 자리를 골랐음에도 꽤 잘 보였다. 사실 글로 쓸만한 특별함이라기보다 그 당시 느꼈던 특별함의 크기가 훨씬 컸던 것 같다. 특히 미국인 관중 사이에 섞여 경기에 몰입하는 경험은 꼭 다시 하고 싶다.
왼쪽 사진의 전광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날 경기가 매우 치열해서 재밌기도 했다. 최종 스코어 111 vs 105로 이겼다. 르브론 제임스는 부상이라 경기에는 안 나왔고, 경기가 끝날 때 쯤에 경기장에 들러서 보긴 봤다. 근데 옛날에 입실렌티에서 가수들 볼 때도 그랬는데, 오히려 실물을 보니까 더 감흥이 안 들었다. '이 분들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다시 인지하게 돼서 그런가..
난 농구에 큰 관심이 없는데 어쩌다 보니 Top 3, Top 2가 농구에 관련한 게 돼버렸다. 내가 그만큼 미국 문화에 잘 융화됐다는 뜻 아닐까?
Top 1 -Joshua Tree National Park
(왼쪽은 가는 길, 오른 쪽은 공원 안)
이 때까지 살면서 가장 가슴 웅장했던 여행지 Top3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들어가는 곳이다. 사실 그냥 큰 국립공원이긴 하지만, 엄청난 규모가 주는 웅장함을 직접 느끼는 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날씨가 좋을 때는 여기서 캠핑을 하는 것도 유명한데 이 날 날씨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그러지 못 한게 너무 아쉽다. 무한하게 느껴지는 돌과 나무들을 보고만 있으면 진격의 거인 시즌 1에서 초대형 거인을 처음 본 에렌 예거의 마음이 바로 이해가 될 정도다. 튜닝의 끝은 순정, 여행의 끝은 자연이라는 말이 다시금 와 닿았다.(사실 내가 지음)
마침 우리가 빨간 Jeep을 타고 가서 국립 공원의 분위기랑도 너무 잘 맞았다. 처음 렌터카를 고를 때 Dodge vs Red Jeep 선택지였는데 Red Jeep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Sovit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또 숙소에서 이 국립공원까지 편도 2시간 30분정도 걸린 것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 운전자 Kota에게도 정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 날 바람 체감 짤. 너무 추웠다..)
내가 상상하던 미국 로드트립을 한껏 즐기고 온 경험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국립공원에서 돌아올 때 인도 커리가 먹고 싶어 근처 가게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가게들이 전부 마감해서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서 먹기로 했다. 근데 여행하고 먹어서 그런가 차에서 너저분하게 먹었던 그 커리가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커리였다.(사실 세 번 먹어봄) 근데 인도인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home taste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진짜 인도에서 먹는 커리는 얼마나 맛있는거야..?' 라는 의문만 남긴 채 즐겁게 먹었다. Joshua Tree National Park는 논란의 여지없이 Top 1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술 게임한다고 매일 늦게 잔 거, Golden Gate Bridge 간 거, 카드 게임 '우노'에 중독돼서 차 세우고 계속 한 거, SF에서 했던 로드트립 등 재밌는 게 너무너무 많지만 다뤄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이 정도하고 넘어가자! 평생 잊지 못 할 여행이었음에는 틀림없다! 😄
Buffalo 복귀 후 (March 27 - )
날씨 - Weather
캘리포니아에서 버팔로로 돌아와서 몇일간 약간의 시차적응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버팔로 날씨를 다시 접하니까 진짜 사람 기분이 날씨따라 다운된다는 걸 체감했다.. 버팔로 날씨는 '안 좋다'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미친 이상함이 있다.
(버팔로의 계절 - @universityatbuffalo 인스타 계정)
글 쓰는 날이 4/18인데 오늘 눈이 왔다 허허.. 최근 일주일 정도는 분명 봄~여름 날씨였는데, 갑자기 뇌우가 오고 10-15도가량 떨어지더니 눈이 왔다.. 난 분명 Spring semester에 왔는데, 내 봄은 어디에? 이런 이상한 날씨때문에 최근에 감기도 좀 심하게 걸렸었다. 한국에서 약을 가져와서 부지런히 먹긴 했지만, 혼자 있을 때 아프니까 진짜 서러웠다..
과제 / 수업
과제는 여전히 많긴 한데 슬슬 적응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저번 글에서 소개했듯이 수업 중에 한국 문화에 관한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이 좀 문제다. 문화와 관련된 수업이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을 다루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게 된다. 젠더, 장애인처럼 현재 한국사회에서 분명히 수면 위에 있는 이슈들. 난 개인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판단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수평적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슈들을 접할 때 의도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양 쪽의 주장을 내가 가진 틀로 정리하고, 틀을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작년 사회학 입문에서 배운 게 이런 것들이고 그 수업이 내가 들었던 교양 중에 가장 도움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런 역할을 적어도 수업 중에는 교수님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듣다 보면 '내가 지금 듣는 수업이 한국에 관한 게 맞나?' 혹은 '내가 한국에서 비정상적인 집단에 속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다소 편향적이고 일차원적인 내용들로 수업이 진행됐다. 당연히 교수님은 나보다 해당 이슈들을 학문적으로 더 연구하셨을 거고, 깊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계시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수업에서 진행됐던 내용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아무 과목이나 신청한 미국 학생들이 아니고 '한국에 대단한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다. 그럴수록 더더욱 중립적인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저번 글에서 학교 내에 피시방이 있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오버워치 그마 3을 찍게 됐다..
오버워치가 시즌 2가 되면서 게임 템포가 빨라져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안 잡아먹는 게 좋다. 티어 올리는데 2-3시간?도 채 안 걸린다. 그래서 일주일에 2-3시간만 투자해도 티어를 올릴 수 있어서, 돌아가기 전에 북미 섭 랭커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토론토 여행 (April 14 - 16)
버팔로에서 토론토까지 버스타고 2시간 정도 걸려서 주말동안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이게 아마 버팔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토론토는 정말 기대없이 갔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예쁜 도시, 적당히 시간 보낼 컨텐츠들, 야경 등 주말 여행으로 최고였다.
Distillery District
옛날 대형 위스키 양조장이었던 19세기 느낌으로 조성된 길이다. 성수에 카페거리가 있다면 토론토에 양조장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물론 토론토가 훨씬 나음) 크고 높은 빌딩이 가득한 토론토에서 19세기 유럽 느낌의 블럭에 들어가니 너무 색다르고 좋았다. 좋은 날씨에 광장에 앉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펍에서 새어 나오는 맛있는 냄새도 맡으면서 쉬니까 내가 한국 밖에 있음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야경
토론토 야경은 그냥 미쳤다. 도시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Tronto Islands로 가면 토론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석양이 지는 시간에 맞춰 가서 석양이 지는 모습도 너무 예뻤고, 야경은 말할 것도 없다. 사진으로는 고화질의 내 눈을 담을 수가 없다. 정말 넋을 놓고 봤던 것 같다. 빨간 조명이 들어온 타워가 CN 타워인데, 못 가본 게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예쁜 야경이었다.
Niagara Falls
위에서 이 때까지 살면서 가장 가슴 웅장했던 여행지 Top3 중 Joshua Tree National Park가 있다고 했다. Niagara Falls도 그렇다.
이 것도 정말 사진으로 못 담는 풍경이다. 사진을 못 찍는 내가 한스럽다 ㅠㅠ.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두고 Niagara Falls가 위치해 있는데, 토론토에서 버팔로로 넘어오기 전에 크루즈 투어를 예약해서 하고 왔다. 배를 타기 전 우비를 주는데 처음엔 '너무 오버아닌가?'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다. 처음엔 미스트로 시작했다가 가까이 가면 비가 오는 수준이다. 폭포가 이루는 V자 사이로 들어갔을 때 양 쪽이 폭포로 둘러싸여 있으니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스카이다이빙하는 체험도 있다고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고민 중이지만 꼭 해보고 싶다!!
무사히 국경을 넘어 버팔로로 돌아왔다! 육로로 국경을 들어올 때는 캐나다 비자는 필요하지 않았고, DS-2019 문서에 Travel endorsement를 받아가면 됐다.
기타
일
새로운 파트의 일을 하게 돼서 오랜만에 EDA도 하고 실험 설게도 하고 있다. 저번에 하던 일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재밌다. 확실히 직접 데이터를 들여다보니까 더더욱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서비스에 애정도 생기고 가슴 불타오르는 게 있다. 다만 지금은 슬랙과 줌 미팅으로만 회사 상황을 접하니까 체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빨리 한국 돌아가서 팀원 분들도 직접 뵙고 서비스도 빨리 사용해보고 싶다ㅠㅠ
영어
생각보다 영어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영어를 이해하는 방식이 변했다고 해야 하나? 옛날에는 말할 때 '하고 싶은 말 한국말로 쓰기 - 번역 - 영어로 말하기'의 과정을 거쳤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말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 뽑기 - 영어로 말하기' 정도..? 근데 이게 훨씬 빠르고 의미 전달도 잘 되는 것 같다. 듣기는 여전히 조금 힘들지만 말하기는 무리가 전혀 없는 수준이다! 확실히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미국인들 사이에 속해서 그들의 언어를 쓰는 방식을 직접 이해하고 체득하는 게 영어를 배우는 훨씬 빠른 길인 것 같다.
글 쓰면서 갤러리도 다시 보고 하니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러다 보니 글이 상당히 두서가 없긴 하다 ㅋㅋㅋ 몰라! 한 달동안 생활도 알차게 보내고 마지막 교환학생 글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See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