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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학생 시즌 1 종료
교환 학생 시즌 1 종료
막연하게 꿈만 꾸던 교환학생 생활이 1월 21일부터 University at Buffalo에서 시작됐다. 2년 동안 교환가자고 가스라이팅해 준 @서승욱에게 무한한 감사.. 😎 약 2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3월 15일 마지막 중간고사를 마치고 1주일 간의 Spring Break를 앞두고 있다. 지금쯤 느끼고 배운 것들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 오랜만에 블로그 킨다! 아마 시즌 1, Spring Break, 시즌 2로 연재하지 않을까 싶다.
음식 - Foods
다행히 딱히 입에 안 맞는 음식이 없다. 그도 그럴 게, 대부분은 집에서 요리 해 먹고 나가서 사 먹는 거라곤 햄버거, 피자, 버팔로 윙 뿐이다.
버팔로 윙은 참 특이한 음식이다. 막상 먹을 때는 '와 맛있다'라는 말이 절대 안 나오는데, 먹고 나면 종종 생각난다.(소스에 weed를 탄 게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 봤다 ㅋㅋ). 한국 사람들이 '한국 김치'라고 하지 않듯, 여기 사람들도 그냥 wings라고 부른다.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두 버팔로 윙 가게가 Duffs 그리고 Anchor Bar 인데, 난 잘...
햄버거는 대체로 맛있다. 어느 집을 가도 평균적으로 한국에서 먹는 수제버거 정도의 맛은 나는 것 같다.
그 중 지금까지의 최애는 Niagara Falls 근처에 있는 Hard Rock이라는 가게에서 먹은 버거다. 이 가게가 웃긴 게 이름값을 너무 제대로 한다. 하루종일 가게에서 락 음악을 틀어주는데, 식사가 끝날 때까지 들썩이면서 먹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ㅋㅋ
물가가 너무 비싸니까 요리도 많이 해 먹는다. 근처 grocery store에서 웬만하면 김치를 다 파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랬다. 저번에 삼겹김치볶음밥을 해서 먹고 있는데 룸메가 내려와서 이 어메이징한 냄새 뭐냐고 물어봐서 나눠줬더니 맛있어 했다 ㅋㅋ 뿌듯..
수업 - Courses
12학점 중 6학점은 전공, 6학점은 교양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여기 와서 제일 적응이 안 됐던 게 과제 양이다..😢 여기는 모든 과목이 매주 과제가 있는 게 기본인 것 같다.
'Algorithm and Complexity'라는 과목을 수강 중인데,교환 선배분들이 "너가 컴공을 들을 거면 인도인 교수님 수업은 듣지 말아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느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절대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아님) 그래도 수업 방식은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배울 때랑은 접근 방식이 많이 달라서 적응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한국 수업에서는 여러 알고리즘 자체를 배우는 게 주 목표였다면 여기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증명하는 시간이 더 많다.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고 배우는 점도 많아 과제가 많다는 것만 빼면 참 좋은 수업이다..
'Contemporary Korean Popular Culture and the Korean Wave'라는 수업도 듣는데, 이 수업이 의외의 복병이다. 사실 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일 테니까 친구 사귀려고 들은 수업인데 생각보다 과제도 많고 무엇보다 언어장벽을 가장 많이 체감하는 수업이다.. 그래도 수업듣는 친구 중에 우연히 같은 게임을 하는 친구를 만나게 돼서 다행이었다. 그 친구는 한국어를 4년 째 공부하고 있어서 내 영어실력이랑 그 친구의 한국어 실력이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영어도 많이 가르쳐 주고 학교에 있는 pc방도 같이 가고 재밌게 놀고 있다.
(왜 있는진 모르겠지만 있어서 감사한 학교 pc방)
ps. 일주일에 15시간 무료다.
'Spoken English'라는 수업은 국제학생들이 영어 배우는 수업인데, 이 수업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만난 것 같다. 이집트, 터키, 방글라데시+영국, 짐바브웨, 중국, .. 되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다들 착하고 오픈 마인드라 문화 교류하는 게 너무 즐겁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집트에서는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한 절차가 '신청'밖에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도로 상황이 상당히 어지럽다고..
여가 - Free time
농구리그
여기는 대학 농구리그가 꽤나 큰 것 같다. 그래서 종종 농구 경기를 보러 가는데, 게임 자체의 재미는 천차만별이어도 관중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는 데는 매우 좋은 것 같다. 제일 재밌는 건 응원 연주단(?)에 몇몇 사람들이 상대팀보고 소리지르는 걸 들을 때다 ㅋㅋ 상대방이 일어나기만 하면 'Sit down!!'이라고 소리를 치시는데, 단전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가끔은 경이로울 때도 있다.
(학교 마스코트 Victor.e의 늠름한 등짝)
파티
1월 21일 학교에 도착할 때 우연히 만난 싱가폴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통해 만난 싱가폴 친구들이 되게 자주 모이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한국인 교환학생분들도 되게 자주 초대해줘서 생일파티도 하고 같이 식당도 같이 갔다. 이 친구들만 그런 건진 잘 모르겠는데, 생일 파티를 대부분 좀 본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는 걸 즐기는 것 같았다.
가끔 근처 바에도 놀러 가는데, 저번 학기에 교환 온 사람들의 성지같은 곳이라고 한다. 슈퍼볼도 이 바에서 보고, 뒷풀이같은 거 할 때 종종 간다. 여기에 다트 게임 기계가 있는데, 게임에서 지면 Fireball이라는 시나몬 위스키를 샷으로 마시는 걸 자주 한다. 한국에 가서도 펍이나 바 가면 이런 거 하면 재밌을 것 같다 ㅋㅋ
여행 관련한 건 시즌 2에서 적을 예정!
프로젝트/일 - Project/Job
프로젝트: foucon
아메리칸 셰프라는 영화에서 '1 second everyday vieo'라는 게 나오는데, 매일 1초짜리 영상을 찍고 나중에 합쳐서 하나의 비디오로 만드는 거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기념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하려고 했는데, 이참에 앱으로 만들어서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앱을 만들었다. 앱 개발은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Flutter라는 멀티 플랫폼 개발에 용이한 프레임워크를 공부했다. 생각보다 쉬워서 앞으로는 웹 프로젝트 말고 앱 프로젝트를 몇 개 더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일
친구의 소개로 좋은 기회를 얻어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게 됐다. 옛날에 나도 깊게 고민했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기업이라 마음이 갔다.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미국에 있는 동안 파트로 일을 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참가할 것 같다. 사실 교환학생 나와 있는 동안 돈이 정말 걱정이었다. 생각보다 고정 지출이 많아 여행비를 어떻게 짜야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한 시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타 - Etc
날씨
여기 날씨는 정말.. 사춘기 중2같다. 종잡을 수가 없다. 현재까지는 대체로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고 춥다.. 기온 자체는 서울보다 괜찮은데 눈과 바람이 너무 성가시다. 근데 이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고 다니시는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대단하다..
(버팔로에서 우산 안 쓰면 생기는 일)
이사
1학기동안 살기로 했던 Flint Village에서 현재는 Flickinger Court로 이사해서 살고 있다. 아직도 이 일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한창 버팔로 날씨가 추울 때, 우리 방 맞은편 방에 스프링쿨러가 터져서 물이 복도로 흘러 나왔다. 우리 방으로도 물이 들어왔고, 복도에서 흡수된 물 때문에 아래층도 홍수가 났다. 아직도 뒤늦게 돌아오신 맞은편 방 분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어쨋든 그래서 영향을 받은 방에 사는 사람들은 건물 유지보수의 이유로 다른 방을 배정받아 이사를 가야만 했다. 그래서 캠퍼스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의 집에 이사왔는데 집도 여기가 더 좋고 룸메도 더 좋아서 먼 것만 빼면 사실 만족하고 살고 있다 ㅋㅋ 그래서 아마 4주정도 후에 원래 집으로 돌아갈 지 여기에 머물지 선택권을 준다고 들었는데, 여기 머물 것 같다.
(대참사 현장)
머리
머리가 너무 길었다. 23년 인생 최장기록을 매일 갱신 중이다. 근처 바버샵이 있긴 한데, 비싸기도 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도 싫어서 그냥 기다리는 중이다. 의도치 않게 날씨가 추울 때는 덕을 좀 봤다 ㅋㅋ 이제 점점 가만히 있을 때 머리에 시야가 반 이상 가려지는 정도가 됐다. 장발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 걸까..
(머리 길이 체감 짤. 지금 보니 팔이 되게 웃기다 ㅋㅋ)
So,
교환오기 전 세운 목표들이 몇 개 있는데, 달성한 것도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많다. 남은 기간동안은 내가 상상했던 교환학생으로써의 경험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앞으로도 화이팅!